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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세상은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와우의 세상은 붉게 타오르는 석양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호드에게 맞서는 인간들에게 있어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왕성 스톰윈드.
스톰윈드의 마법지구 구석에는 수 많은 흑마법사들이 마법을 배우기 위해 들렸고 또 들리고 있는 주점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주점의 앞은 풀밭으로 덮여있었고  나무 몇 그루와 세 사람 정도가 앉을만한 돌 벤치 두 개가 항상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런데 오늘 평소 아무도 앉지 않던 이 돌 벤치에 사슬 경갑을 입고 두 자루의 롱소드를 허리에 찬 나이트 엘프 여성 한 명이 앉아 있는 것을 보자 드워프 남성 사냥꾼은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저녁놀을 받으며 묵묵히 앉아있는 흰 머리칼의 나이트 엘프 여성의 곁에 조심스레 앉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것을 본 나이트 엘프 여인 역시 미소로 응대를 하자 사냥꾼은 조금 마음이 들뜨는 것을 느꼈다.

"조용하고 한적한게 참 좋죠?"

자신의 들뜬 마음을 숨기려고 했던 것일까. 사냥꾼은 조금은 갑작스럽지만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건낸다.

"네, 고요함도 마음에 들지만 저녁노을 역시 아름답네요. 저는 이 따스함과 포근함을 좋아한답니다."

차가운 쇠사슬로 짜여진 경갑과 양 허리에 날카롭게 잘 벼려진 두 자루의 롱소드를 차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온화한 그녀의 대답에 사냥꾼 역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몇초간의 짧은 정적이 흐르고, 그녀에게 뭔가 다른 말을 건내볼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사냥꾼은 근처 풀 숲에서 뛰노는 작은 다람쥐를 발견하였다.

"아! 저기 귀여운 다람쥐가 있군요."

평소 야생동물을 사냥하는데 도가 튼 그로선 스스로 담기에도 민망한 대사였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사냥꾼은 도톰한 손으로 다람쥐를 가리키며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물론 자연을 사랑하는 그녀의 화사한 미소를 기대하며.
그 순간 사냥꾼은 잘 벼려진 검만이 발도될 때 낼 수 있는 깔끔하면서도 소름끼치는 쇳소리와 함께 검은 인영이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폭풍과도 같은 기세로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고 사냥꾼의 눈은 비어있는 옆자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조차 못 잡던 사냥꾼이 다시 고개를 돌리자 다람쥐가 있던 자리엔 방금 전까지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나이트 엘프 여성이 예의 그 날카로운 롱소드를 들고 서 있었고 그 뛰어난 시력을 조금 집중하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깔끔하게 두조각난 다람쥐의 일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이트 엘프 여성은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휘둘렀는지 피 얼룩 하나 없는 롱소드를 다시 검집에 넣으며 단련된 규칙적인 걸음걸이로 사냥꾼에게 다가갔다.
롱소드가 검집으로 들어가며 내는 섬뜩한 납도음에 정신이 든 사냥꾼은 눈 앞에 서있는 나이트 엘프 여성의 순수해보이면서도 섬뜩함을 엿볼수 있는 미소에 압도되었고 그렇게 몇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 이젠 없네요."

그것이 그가 그녀에게 건낸 마지막 한 마디였다.
그 뒤 그녀는 흑마법사의 주점에서 신나는 걸음걸이로 뛰어나오는 인간 여성을 반기며 사냥꾼에게 목례를 한 뒤 사라졌고 그는 그렇게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 모습을 멍하니 바라 볼 뿐이었다.



1월 29일 스톰윈드의 마법지구에서 있었던 일.

저녁 노을에 감상적이 된 드워프 남성 사냥꾼의 감성은 나이트엘프 여성 전사의 돌진과 크리티컬 일격에 깔끔하게 일도양단 되었다나 뭐라나...

ps. 실제 있었던 일인건 당연하고 내 분명치 않은 기억과 약간의 나름대로식 해석을 섞은 것.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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