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143)
일상 속의 기록 2 (13)
혼잣말 (9)
게임 (8)
애니메이션 (1)
디지털 월드 (24)
웹의 잔영 (20)
Season 1 (64)

Recent Comment

  • Total
  • Today
  • Yesterday
  1. 2010.07.10
    담배 부탁 5
  2. 2010.06.16
    담배가 쌓여간다. 14
  3. 2010.04.01
    냉장고가 헬게이트 2
  4. 2010.03.17
    안산 시민이 되다. 6
  5. 2010.01.29
    내 방이 최고로 난잡할 때. 4
  6. 2010.01.23
    감기도 벅찬데 찰과상과 타박상이... 4
  7. 2009.07.29
    지출의 7월 4
  8. 2009.07.18
    컴퓨터를 못 끄겠어요 ㅠㅠ 5
  9. 2009.07.08
    그나마 제대로된 형태의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10. 2009.06.28
    아... 쑥쓰러워 혼났다. 2
평소와 같이 담배를 사러 집 앞 수퍼로 갔습니다.
음?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주인 아주머니가 안계시고 그 아들로 보이는 꼬맹이가 카운터를 보고 있더군요.

담배를 달라고 하자 꼬마는 제 얼굴을 몇번 흘끔흘끔 훔쳐 보더니 뭔가 마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줬습니다.
제가 웃는 투로 민증을 꺼내줘야 하는거냐고 물어보자 꼬마는 약간 당황하며 아니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서 '민증 검사 해야 할 얼굴로는 보이지 않잖아요?' 라고 하자 의외로 능청스럽게 '아 그럼요~' 라고 하는게 제법 귀여웠습니다.(보통 원하지 않는 답변이지만 동안도 아니면서 매번 담배 살 때 마다 민증을 꺼내야 했던 저로서는 되려 좋았습니다. ㅋㅋ)

담배를 사고 가게를 나오는데 중딩에서 고딩 정도로 보이는 무리가 있더군요.
그 중 가장 얍실하게 생긴 학생 하나가 저를 바라오며 다가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직감적으로 담배를 사달라고 부탁할 것이라는걸 알겠더군요.
'아... 드디어 나도 담배 사달라는 부탁을 받는 것인가?!'
묘한 설레임(?)이 일었지만 이내 떨치고 평소의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좀 쫒아오다가 되돌아 가더군요.

집에 두고온 라이터를 가지고 다시 집 앞으로 나왔습니다.
불을 붙이고 한대를 피우고 있으려니 아까 그 학생이 다시 다가오더군요.
아직 1/3도 안피웠기 때문에 '에라이 그래 무슨 말인지 들어나 보자' 라고 생각하고 기다렸습니다.

제 앞으로 다가온 학생은 머리를 화려하게 염색 한게 아무래도 좀 노는 친구로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좀 쭈삣거리다가 입을 열더군요.
'저... 죄송한데 담배 좀 사주세요.'
흐흐흐~ 제 직감이 맞았습니다.
뭐 거기서 부탁할거라곤 그거 뿐이긴 하지만요.
그러고보니 수퍼 꼬마가 저를 그렇게 경계한 것도 이 친구들이 먼저 다녀간게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손에는 천원짜리를 한움큼 쥐고 있었는데 한두갑을 부탁하려는게 아닌거 같더군요.

어쨌든 저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 사주지 않는게 내 신조라 안된다고 대번에 잘랐습니다.
그 친구는 예상 했다는 듯이 태연하게 거듭 부탁을 했습니다.
선배가 사오라고 시켰다는거나, 안 사오면 맞는 다는거나, 전에 친구가 못사와서 심하게 맞았다거나, 심하게 맞은 친구가 쌍코피가 터졌다거나(풉;), 자신의 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더군요.

여튼 제가 계속 거절을 하자 그 친구는 이제 조르는 수준까지 가더군요.
안된다고 하면서 담배를 빨기도 뭐해서 손에 계속 들고만 있었더니 어느세 2/3 남아있던 담배가 필터까지 타버린걸 알아챘습니다.(아이고 아까워라~)

속으로 혀를 차며 담배를 끈 뒤 마지막으로 거절을 하고 꽁초를 들고 집으로 올라가버렸습니다.
지겹게도 조르던 그 친구도 집까지는 따라오지 않더군요.


저 어린 나이에 좋은거 하나 없는 담배에 중독 되어 있는 거나, 남들 학교에서 공부 할 시간에 떨어져 나와 친구들과 어울리며 뭔지 모를 짓을 하고 다니는게 씁쓸하지 않았냐구요?
물론 씁쓸하죠. 하지만 그랬다간 그 친구 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별반 다를거 없는 제 인생이 더 씁쓸하기 때문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정말로 씁쓸했던건... 


첫 담배 부탁을 여학생이 해주지
않았다는 것 입니다. OTL
(여학생이 부탁 했어도 사주지는 않았겠지만...)


PS. 염색체 XY의 생물에게 사줄 담배 따윈 없다!!!!!!!
PS2. 무저항으로 심하게 맞는다면 보통 어디가 터지거나 찢어지거나 부러지거나 하지 않나;;; 쌍코피는 그냥 친구들끼리 투닥투닥 싸워도 나는 거잖아.
친구... 앞으론 좀 더 그럴사한 상황을 연출하게나.
and


한 갑, 두 갑 피우다 보니 어느새 저 정도...
딱히 쌓으려고 했던건 아닌데 문득 정신을 차리니 저리 쌓여있다.
실제 피운건 저거의 세배 가량?
그 돈이면 사고 싶었던 키보드도 살 수 있고 맛있는 것도 양껏 먹을 수 있었을텐데...

이 쯤 되니 안되겠다 싶어서 끊으려고 발악(?) 했는데 5시간 만에 다시 담배를 찾고 있던 나.
옆에서 지켜보던 룸메 형은 한개피를 내밀며 '너 담배 못 끊는다' 라는 비수를 꽂는다.

그동안 내가 담배 피우지 말라고 말렸던 형, 누나들... 죄송 합니다.
끊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어요. OTL


PS1.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새X가 널 담배 피우게 만들었어? 내가 죽여버린다!' 라고 했던 아X형... 미안해요. 차마 형 친구 때문이라곤 할 수 없었어요.
어차피 관련 인물들은 모두 내 블로그에 안오니 그냥 끄적끄적~
PS2. 옆의 프링글스 통이 재털이... 4통 정도 갈아 치웠을거다.
덕분에 재털이 만든다는 핑계로 평소 비싸서 사먹지도 않던 프링글스를 우걱우걱~
and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는게 원래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정글과도 같습니다.
제가 얹혀살게된 이 집도 예외는 아닌지라 처음 왔을때는 뭐 부터 청소해야 하나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다른곳이야 그냥 쓸고 닦으면 되지만 냉장고 만큼은 정말 답이 없더군요.
냉장고의 문을 열자 그 안에서는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유통기한이 지난 온갖... 이전에는 음식물이라 불렸을 무언가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머스타드 소스는 내부에 붉은 눈 같은 반점이 가득 생겨서 마치 저를 노려보는 것 같았고, 마른 반찬은 바짝바짝 말라 미라가 되어 있었고, 양념소스는 푸딩 같이 덩어리가 되었으며, 고추장은 갈색이고 된장은 검은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냉장고 문을 연게 아니라 헬게이트를 열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결국 그걸 다 끄집어내서 버릴건 버리고 씻을건 씻었는데 1시간 30분 가량 걸렸습니다.
특히 된장통을 물로 행궈서 된장을 닦아내는데 눈코가 따가운게 거의 화학 병기 수준이더군요.
냉장고 속을 비운 뒤 깨끗히 닦고 새로 사온 음식물을 채우자 정말 와우로 치면 위업을 달성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ㅠㅠ

이래저래 2주 가량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암담하기 그지 없네요.
and

안녕하세요.
포스팅이 뜸했던 세이시스 입니다.
(항상 그렇지만 말이지요. ㅇㅅㅇ;)

공부는 디립다 안하면서 여차저차 겨우 대학을 졸업 하였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니 이제서야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머쓱~)

어차피 목표는 확고하니 필요한건 노력 뿐.

서울에서 주말마다 있는 관련 강의를 들으며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위성도시인 안산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혼자 자취하며 살고 있던 아는 형이 거의 형식적인 방세만으로 받아주었기 때문에 매우 수월하게 머물 곳을 찾았습니다.
군대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가족 곁을 떠나 살게 되는 건데 워낙 학교에서 먹고자고 하다보니 별다른 느낌은 안들더군요. '어딜가나 내 집처럼'이라는 제 모토에 맞게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생활이긴 하지만 그간의 밋밋한 생활에 비해 훨씬 포스팅거리가 많을 것 같군요.^^


ps. 같이 사는 형은 요즘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뭔 가정부가 하나 들어온거 같아'
and
보통 저는 일주일에 한번 가량 방 청소를 합니다.
성격이 털털하기 때문에 물건을 쓰고 제자리에 두기 보단 앉은 자리에서 근처에 툭툭 놔두는 나쁜 습관도 있지요.
다행스럽게도 한번씩 정기적으로 깔끔하게 청소를 하지만 그래도 종종 치우기 직전의 방안을 살펴보면 한숨이 푹~ 세어 나옵니다.

이번에도 일주일 동안 컴퓨터 관련 작업 좀 하고 메인 컴퓨터의 하드를 교체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애를 먹는 바람에 또 방은 개판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장 치울까 싶었지만 벌써 밤 10시이기 때문에 청소는 내일 오전으로 미루기로 했는데 갑자기 무작정 최악의 상태인 방안을 충동적으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 했습니다.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ㄱ-)

'담기는 담았는데 이걸 어쩌지?'
하고 고민하다가 최근 2일인가 3일째 연속으로 포스팅 하고 있는데 이 네츄럴함이야말로 어찌보면 포스팅감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뇌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부분이 잠시 죽어있나 봅니다.(지금도 말이죠.)

참고로 이건 단 일말의 연출도 없는 완전 초슈퍼네츄럴한 방구석 입니다.
흐하하하~~~~ (이미지 관리 따윈 없는거다.)


뭐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 모냥을 포스팅 했으니 내일은 한껏 오그라든 손발을 가지고 방 정리를 해야겠네요. ㄱ-


PS. 그러고보니 전엔 점 빼고 일주일간 방구석폐인 놀이 하던거도 찍어 올린적이 있었지... 그거랑 이거랑 거의 쎔쎔인가? ㅇㅅㅇ;;;;
and
20일 목요일 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는데 미쳤는지 창문을 열어두고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나보니 온몸이 으슬으슬~ 이거 아무래도 감기 직빵의 예감이 들더군요.

목도 따가운게 아무래도 쉬이 넘어갈거 같지 않아서 밖에서 일을 보다 밤이 되자 약국에 들러 감기약을 샀습니다.

약을 들고가서 얼른 먹고 자야지 하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데(저는 기본적으로 걸음걸이가 매우 빠릅니다.) 순간 뭐가 발에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발 밑을 쳐다볼새도 없이 '어?!' 하는 순간 몸은 이미 하늘을 날고 있더군요. 

'꽈다당~~~~~~'

아이고... 아파라~ 옆에 지나가시던 여성분이 놀라서 쳐다보고 계시더군요.
그도 그럴게 뒤에 가던 사람이 갑자기 앞으로 부웅 날아갔다면 놀랄 수 밖에요.

부스스 일어나긴 했는데 손바닥은 까져서 피가 흐르고 무릎은 삐그덕거리는데다 팔꿈치는 쓰린게 아무래도 까진 것 같았습니다.

쪽팔림을 무릅스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요오드액을 바르고 감기약을 먹은 후 자리에 앉으니 몸에 힘이 쫘악 빠지더군요. 안되겠다 싶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온몸이 쑤시고 넘어져서 다친 곳과 무릎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덕분에 하루 종일 누워지냈습니다.
간만에 가요프로도 보고... 모르는 얼굴이 참 많이 보이더군요.
(제 기억 속에는 아직도 이승기가 신인 입니다. ㅠㅠ)

약은 하루분을 다 먹었는데 회복될 기미가 안보입니다.
내일까지 더 버텨보고 안되면 월요일날 병원에나 다녀와야겠네요. 에휴~
and
이번 달은 지출이 너무 심했네요.

대부분 의미 있는 지출이었기 때문에 아깝지는 않지만 아끼려고 했던 마지노선 보다 살짝 넘겨 써버린건 확실히 가슴이 아픕니다. ㅠㅠ

게다가 서울에서 내려올 때 구입 한 13800원짜리 게이머즈는 조금 치명적...
어마어마한 볼륨과 풍성한 내용을 볼 때 그 값어치를 하는 잡지임에는 틀림 없지만 궁상으로 점철된 제겐 확실히 큰 지출이었지요. 아마 이번 달 지출 가운데 서울에서 멋도 모르고 비싼 찜질방을 골라 하룻밤를 보낸 것 다음으로 가장 쓸데 없는 지출이 되겠네요. 크흑 ㅠㅠ


ps. 새우탕수는 조금만 더 미루자. ㄱ=
ps2. 중고 엑박360과 지포스9800GT의 지름신이 맹강림하고 있다.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둘 중 하나를 지르겠지만 지면 곤란하다구. ㅠㅠ
       물론 위의 두 놈 보다는 새우탕수가 먼저다. ㅇㅅㅇ;
and

컴퓨터를 끄기가 힘들다!

원래 약간 그런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요즘은 증세가 급작스럽게 심해져버렸네요.
평소에는 피곤하면 컴퓨터를 끄고 잠들곤 했는데, 연 이틀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내키는대로 누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근래에 마음에 딱 드는 사이트를 발견해서 그곳에서 여러 글을 읽으며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인데 그게 100% 원인 같진 않구요. 음~ 한 7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만 나머지는 모르겠단 말이에요. -ㅅㅜ

그렇다고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아~ 죽겠습니다.
and
장마철 답게 비구름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근래에 일부 지역에 한하여 가뭄이 들었기 때문에 내심 반가운 빗줄기였지만 대구, 부산 쪽은 장마로 인해 고생이 심하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역시 하나님이라도 벨런스 맞추는 작업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지.
내가 왕년에 심시티 좀 했는데 노하우 좀 가르쳐줄까 보다. 키득~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옛추억을 되짚어보았다.
나란 인간 자체는 그리 재미 없지만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항상 파란만장 했기에 마음 속에 자리한 추억의 방은 여러가지 감정으로 도배 되어 있다.
방안에 가득한 추억이란 이름의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면 대부분 부끄럽고 챙피한 기억들 투성이지만 이 상자의 내용물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만큼 더 없이 각별하게 느껴진다.

상자 무더기를 이것 저것 열어보며 한참 뒤적이던 중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상자를 하나 발견 했다.

아아... 익숙한 문양이다. 틈만 나면 꺼냈다 넣기를 반복해서 그런지 상자는 많이 닳아있었지만 내용물을 뜻하는 문양은 아주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상자의 이름은 '연애'

연애라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
모든 면에서 불안정 했던 나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안겨줬던 그녀.
서로의 가슴 속에 사랑을 나눠 갖고 연애라는 감정을 주고 받고 싶었던 그녀에게 난 너무 무신경 했었다.
당시의 나는 내 가슴 속의 그것이 사랑이라 불리우는 것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아니 자연스럽게 발동 시키는 방법 조차 몰랐으니 말이다.

결국 그녀는 내 무신경함에 지쳐 떠나갔고, 나는 그런 그녀를 붙잡지도 않았다.
그때는 그녀가 내게 다가왔던 이유도 몰랐고, 떠났던 이유도 몰랐다.
그저 아무것도 모른체 받아들였고 떠나보냈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 남은 추억이라는 이름의 기억을 조심히 포장해서 상자에 넣는 일 뿐이었다.

겉으로는 화가난 척 했지만 실은 남들이 하는 것을 어설프게 흉내낸 것에 불과했다.
돌이켜 보면 당시의 나는 메뉴얼대로도 동작하지 못하는 불량 인형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마지막 연애는 끝이 났고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갔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나는 나이를 먹었고 지식과 경험을 쌓으며 나라는 인격체를 조금씩 만들어 나갔다.

그녀와의 연락은 끊긴지 오래였고 소식을 알 길도 없었기에 그녀에 대한 것은 상자 속에 간직한 추억이 전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와 연관된 물건을 보거나 사람을 만날 때면 습관처럼 상자를 꺼내 그 시절의 추억과 마주해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내게 보여주었던 관심과 사랑들을 말이다.

손목이 좋지 않아 한번씩 움찔거리던 내 손을 조심스레 걱정하던 그 마음.

DDR이 유행이던 시절이라 내게 보여주기 위해 한달 전 부터 연습을 하던 그 노력.

지금 보면 민망해서 미칠 것 같은 내 소설을 읽어주며 자신의 캐릭터도 넣어달라던 그 관심.

JPOP에 대해 크게 흥미를 갖지 않았던 그녀가 내가 좋다고 하는 음악을 즐겨 듣고, 가수 유닛의 팬홈페이지를 만들었던 것 까지...

모두 나를 위한 것이었고, 나를 알고자 함이었고, 함께 하고자 함이었다.

그녀가 했던 노력을 뒤로한체 나는 아무것도 몰라주었고, 그녀의 마음 고생을 헤아려주지도 않았었다.

상자를 열 때 마다 죄책감에 젖었고, 후회를 삼켰다.

모처럼 데이트가 있던날 그녀는 안중에 두지 않고 게임에 열중했던 기억을 떠올렸을 땐 그 시절의 내 아둔함을 산산조각으로 찢어버리고 싶기까지 하였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다보니 제법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기회가 생기면 겁이나서 피하게 되었다.
소개팅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들이대며 피했고, 무의식 중에 내 자신감을 깎아내렸다.
이젠 연애에 관련된 모든 것을 접하면 그녀를 떠올리게 되어버렸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지인들이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보며 던지는 '바보'라는 한마디가 유독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앞으로는 잘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잘 할 수 있다.

몇번이고 되새기지만 내 과오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내 업이리니...




한참을 떠올리다가 다시 상자를 닫고 추억의 방을 빠져나왔다.
 
지난밤, 빗소리를 안주 삼아 죄책감을 마셨더니 오랜만에 밤에 취한 것 같았다.

나는 어느새 평소에 옛 인연들과 남긴 흔적을 찾으면서도 유독 찾을 수 없었던 그녀의 흔적을 다시 한번 찾아보고 있었다.





비가 완전히 그치고 서늘한 바람이 창가를 넘어 오는 새벽.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서 나는 우연히 그녀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 주소를 알게 되었다.
and
처음으로 아가씨 끼고 술마셨다.

으음... 그냥 데려가길래 따라갔다가 아가씨가 좌우에 앉자 급 당황...
그냥 뭐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길 나누며 술을 마셨지만 확실히 어색하더라.
아가씨의 존재 자체가 나에겐 범접 못할 포스랄까?

아가씨들이 이쁘긴 이쁜데 생각보다 어려서 깜짝 놀랐다.
21~22살 정도인데 우리과 여자애들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여성스러워 보인다.
으으으음~~~ -ㅅ-
... 도대체 차이가 뭐길래?


아무튼 쑥쓰러워서 혼났다.
으으~~ 데굴데굴
옆에서 말상대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모양이면 연애는 대체 어떻하냐~~~ ㅠㅠ

여튼 이건 뭐 거의 내 일생일대의 빅이벤트 수준이었다.


ps1. 여자 화장실에 두번이나 들락거린건 비밀.
여자 화장실 팻말 정돈 빨간색으로 해놓으란 말야 ㅠㅠ
파란색이니까 술김에 남자 화장실인 줄 알고 두번이나 들락 거렸잖아 ㅠㅠ
세번째에 노크하니 아가씨 목소리가 들리더라... 급 당황 ㅇㅅㅇ;;;;;;;;;

ps2. 역시 이것저것 따지고 자신과 틀리다는 이유만으로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 보다는 순수하게 사람 자체를 좋아해주고 내 결함 역시 내 한 모습으로 인정해주는 사람들 편이 나도 좋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