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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으로 사랑 운운하던 현대 한국 가요가 싫었다.
하지만 지금 컴퓨터에서는 내가 그 경멸하던 한국 가요가 흐르고 있다.

그렇게나 싫어하던 소주가 아니면 잠드는 것 마저 힘들다.

군대에서 그렇게 쳐맞고 모욕 당하면서도 담배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아끼던 지인들이 담배를 피우는 걸 나는 극구 말렸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건 어찌 보면 내게 자랑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손엔 담배가 들려있다.

입담배와 속담배의 차이를 모르지만 연기를 머금고 가슴 깊이 그걸 삼킨다.
왜 담배를 피우는 줄 몰랐지만 이제 알 것 같다.
술과는 다른 이 황홀함 때문이로군..,
어쩌면 임펙트는 더 쎌지도...
하지만 이것과 건강을 견주면 난 아직 건강의 손을 들겠다.

다만...

가슴을 매운 막막함을 뚫을 길이 없기에 마시고 삼킬 뿐이다.

아무리 마시고 삼켜도 한 순간이고 되려 더 떠오르지만 어찌할 도리를 모르겠다.
난 대체 어떻해야 하는거냐고 천정을 향해 수 없이 다그친다.

그리고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흐른다.

딱 그 정도...

ps. 시밤 담배를 필터까지 빨아피워도 금방 다 재가 되어버리네 더럽게도 빨리 사그라든다. 내 마음아 담배 처럼 빨리 재가 되면 안되겠니? 벌써 다섯개피짼데 내일 룸메형 일어나면 일났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nd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는게 원래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정글과도 같습니다.
제가 얹혀살게된 이 집도 예외는 아닌지라 처음 왔을때는 뭐 부터 청소해야 하나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다른곳이야 그냥 쓸고 닦으면 되지만 냉장고 만큼은 정말 답이 없더군요.
냉장고의 문을 열자 그 안에서는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유통기한이 지난 온갖... 이전에는 음식물이라 불렸을 무언가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머스타드 소스는 내부에 붉은 눈 같은 반점이 가득 생겨서 마치 저를 노려보는 것 같았고, 마른 반찬은 바짝바짝 말라 미라가 되어 있었고, 양념소스는 푸딩 같이 덩어리가 되었으며, 고추장은 갈색이고 된장은 검은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냉장고 문을 연게 아니라 헬게이트를 열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결국 그걸 다 끄집어내서 버릴건 버리고 씻을건 씻었는데 1시간 30분 가량 걸렸습니다.
특히 된장통을 물로 행궈서 된장을 닦아내는데 눈코가 따가운게 거의 화학 병기 수준이더군요.
냉장고 속을 비운 뒤 깨끗히 닦고 새로 사온 음식물을 채우자 정말 와우로 치면 위업을 달성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ㅠㅠ

이래저래 2주 가량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암담하기 그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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